세상 (Life)/길 (Trail)
-
2020년 9월 30일 사각지대(Blind Spot)세상 (Life)/길 (Trail) 2020. 10. 1. 10:51
한국은 오늘부터 추석 연휴라고 온통 매스컴이 떠들썩하다.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살았는데 우리네 정서는 뼛속 깊이 한국인이다. 그러나 한국어와 영어의 사각지대(Blind Spot)에 사는 우리에게 추석과 탱스기빙은 삶의 사각지대다. 사각지대란 운전할때 아무리 조심을 해도 운전자가 볼 수 없는 곳을 말하는데 보통 사각지대 땜에 사고가 많이 나기에 30여 년 전 미국에서 처음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차선을 바꿀때는 반드시 고개를 돌려 옆을 확인해야 감점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원어민처럼 할 수없고 그나마 오랜세월 한국을 떠나 살아서 한국말 조차 서툴러서 때로 적당한 단어를 떠올리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미국의 추석인 추수감사절을 지내는 건 마치 맞지 않는 옷을 ..
-
2020년 9월 29일 동네 한바퀴세상 (Life)/길 (Trail) 2020. 9. 30. 09:33
오늘도 하늘은 어제처럼 잿빛 옷을 잔뜩 입은 스산한 날이다. 비가 곧 쏟아질 듯해 오후 산책길은 멀리 가지 않고 뒷 동네 남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주택가를 갔다. 같은 동네이지만 우리 집을 경계로 신구 주택가가 세워져 있다. 구 주택가는 한 세기를 건너뛴 듯 오래되었지만 개성 있는 다양한 모습이다. 소박하지만 각자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그런 집들이다. 최근에 지어진 정형화된 집들이 아닌 사람 냄새나는 정감 있는 집들을 구경하며 길을 건너니... 모노폴리같이 지어진 우리 집이 보인다.
-
2020년 9월 27일 여우를 만난 호랑이세상 (Life)/길 (Trail) 2020. 9. 28. 10:13
예배의 감격이 있는 주일이다. 오늘은 두 달전 뉴저지에서 이곳으로 발령을 받아 이사 온 10개월 남자아기와 함께 젊은 부부가 방문했다. 젊은 교인들이 나름의 이유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에 또래가 거의 없어서 섭섭해 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때에 아이를 데리고 대면예배를 드리러 나온 젊은 부부의 용기와 믿음을 축복했다. 이번 주 수요일이 추석이기에 집사님 한분께서 스텝들을 위해 송편을 보내주셔서 모두 감사하며 먹었다. 전통적으로 추석 전 주일엔 우리 교회 공동묘지에서 함께 모여 '추모예배'를 드린다는데, 올해는 정황상 개인적으로 드리기로 했다. 오후 시간엔 늘 걷던 트레일 반대편 길을 걸으려고 들어서는데 그곳을 늘 걸으신다던 집사님 내외분을 파킹장에서 만났다. 그렇잖아도 '그 분들이 걷는다는 곳이 이곳인가?..
-
2020년 9월 26일 태양대신 노란꽃세상 (Life)/길 (Trail) 2020. 9. 27. 11:06
하루 종일 해가 빛을 잃은 날이다. 비가 오려나 일기예보를 보니 비 소식은 없기에 남편과 이른 시간에 산책을 나섰다. 교회 근처 주택가에 큰 호숫가 낀 산책로가 있는데 해가 나면 너무 뜨거워서 못 걷는 곳이었기에 오늘이 안성맞춤이다 싶어서 갔다. 집 근처 트레일에 다니느라 그곳은 처음 가 보는 곳인데 아기자기 하게 꾸며 놓아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바닷가 피어처럼 세워놓은 보드웍엔 갈매기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잠시 바닷가인 줄 착각을 했다. 착각에서 빠져 나오니 어린 아기를 태운 아빠의 자전거도 보이고, 이제 막 결혼 한듯한 커플이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마치 논두렁에 고개 숙인 벼 이삭같은 노란 꽃들이 잃어버린 태양빛을 대신해준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나니 보이지는 않지만 구름 뒤로 해가 지..
-
2020년 9월 25일 조금 우울한 날세상 (Life)/길 (Trail) 2020. 9. 26. 11:07
특별한 날을 평범하게 보내자니 좀 우울하다. 딸네 가족이 휴가를 내서 운전을 해서라도 라일리의 세 번째 생일에 맞춰 이곳으로 오려고 했다가 무산되고, 우리가 운전해서 라일리 깜짝 생일 선물로 나타나려다 주일까지 돌아오는 게 무리여서 무산되고, 게다가 다른 날도 최근에 전화 심방과 여러가지 시작한 사역 때문에 교회를 비우는 게 마음이 불편해서 무산되고, 이래저래 보고 싶은 라일리는 세 살 생일에 조차 못 보게 되었다. 아마 이대로라면 내년 봄이나 되야 보게 될듯하다. 이른 오후에 캡틴 데니엘 트레일과 라이어슨 숲 길중 어디로 갈까 의논하다가, 개와 자전거의 통행이 금지된 그래서 사람이 많지 않은 라이어슨 숲길로 갔다. 차를 세우고 입구에 들어 섰는데 남편이 까만 개를 데리고 커브길로 돌아선 사람을 봤단다...
-
2020년 9월 23일 내게 맞는 옷세상 (Life)/길 (Trail) 2020. 9. 24. 08:29
디트로이트 교회에서 시니어 그룹인 '상록회'를 섬기면서 나는 어르신들에게 목사 부인 이외에 '고문', '기쁨조', '비서', '선생님' 등등 여러가지 직책이 많았었다. 그렇게 늘 어르신들을 섬기다 보니 내가 어르신에게 섬김을 받는 다는건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오늘 그 하지 못했던 생각이 현실이 되었다. 아침 일찍 75세 권사님이 함께 꽃동산엘 가서 걷자고 하시면서 혹시 내가 모를까봐 자세한 안내를 해주신다. 꽃동산 자체는 무료이지만 주차비를 내야하고, 멤버는 신청을 하면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바코드를 받아 입장 할 수 있기에, 멤버인 당신이 주차 바코드를 받아놨으니 나를 데리러 오신단다. 나도 멤버십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어긋날까봐선지 굳이 우리집으로 오신단다. 이곳으로 이주한지 몇개월도 안된 때에 ..
-
2020년 9월 21일 시카고 링컨 파크 동물원세상 (Life)/길 (Trail) 2020. 9. 22. 06:42
올해 초 시카고로 이사 오면서 가고 싶은 곳 중에 하나였던 동물원을 오늘에야 가게 되었다. 북미에서 첨으로 만들어진 동물원이고 드물게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해서 더 유명하단다. 3월까지는 추워서 못갔고, 3월 이후엔 팬데믹으로 문을 닫았고, 8월 26일 재 개장 이후엔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했고, 아이들 방학중엔 예약을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학기가 시작되어선지 오늘은 우연히 동물원 웹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입장을 등록하게 되었다. 게다가 비싼 주차장대신 동물원 주변 길가에 무료 파킹까지 하게 되어서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어른들은 비교적 수칙을 잘 지키고 있었다. 동물원 내 건물들은 아직 문을..
-
2020년 9월 15일 알 수없는 영역세상 (Life)/길 (Trail) 2020. 9. 16. 11:20
은퇴 후 집 주변을 꽃동산으로 만들어 놓으셔서 꽃집 아짐이라 불리는 권사님께서 Sweet Autumn Clematis 라는 꽃이 새집을 온통 덮었다며... 사진을 보내오셨다. 어쩌나~ 저 꽃 속에 파묻힌 새들은 향기 때문에 기절하겠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줬더니 그 속에 있던 참외씨에서 싹이 나서 파는 참외보다 더 예쁜 열매를 맺었다고 자랑하신다. 진짜 자랑하실만하다. 권사님 내외분은 20여년 전 야드가 일반 집보다 조금 큰 지금의 집으로 이사해서 꽃밭과 텃밭 그리고 작은 오솔길까지 만들어 놓고는 여유로운 시니어의 삶을 즐기고 계신다. 오후에는 또 다른 은퇴 장로님 한분이 분가한 Orange Jasmin 을 나눠 주신다고 하셔서 반갑게 데리고 왔다. 꽃이 너무 이뻐서 부러워했더니 나눠 주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