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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7일 여우를 만난 호랑이세상 (Life)/길 (Trail) 2020. 9. 28. 10:13
예배의 감격이 있는 주일이다.
오늘은 두 달전 뉴저지에서 이곳으로 발령을 받아 이사 온 10개월 남자아기와 함께 젊은 부부가 방문했다.
젊은 교인들이 나름의 이유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에 또래가 거의 없어서 섭섭해 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때에 아이를 데리고 대면예배를 드리러 나온 젊은 부부의 용기와 믿음을 축복했다.
이번 주 수요일이 추석이기에 집사님 한분께서 스텝들을 위해 송편을 보내주셔서 모두 감사하며 먹었다.
전통적으로 추석 전 주일엔 우리 교회 공동묘지에서 함께 모여 '추모예배'를 드린다는데, 올해는 정황상 개인적으로 드리기로 했다.
오후 시간엔 늘 걷던 트레일 반대편 길을 걸으려고 들어서는데 그곳을 늘 걸으신다던 집사님 내외분을 파킹장에서 만났다.
그렇잖아도 '그 분들이 걷는다는 곳이 이곳인가?' 이야기하면서 걷는 중이었는데,
그분들은 이미 걷기를 마치고 출발하시면서 당신들이 걷는 중 여우를 만났노라고 조심해서 걸으라며 떠나셨다.
지난번 '개'로 오인한 '아기'가 뭘 보러 가냐기에 장난으로 '다람쥐와 여우'를 보러 간다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되려나 보다.
그러나 여우는 만나지 못하고 겨울잠을 준비하는 듯한 개구리 한마리와 열심히 토도리식량을 비축하는 다람쥐들만 숲길에서 만났다.
오늘 저녁부터 비가 내리고 내일도 하루종일 가을비가 내린다니 이 비 그치면 추위가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오겠다.
나무들은 단풍으로 옷을 입기 시작했고, 겨울 잠을 자는 짐승들이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되어간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오늘 두 분은 '여우'를 만난 '호랑이'가 되셨습니다"라고 반가운 인사와 농담톡을 보내며 서로의 유머를 공유했다.
이렇게 주일 하루는 또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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