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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5일 조금 우울한 날세상 (Life)/길 (Trail) 2020. 9. 26. 11:07
특별한 날을 평범하게 보내자니 좀 우울하다.
딸네 가족이 휴가를 내서 운전을 해서라도 라일리의 세 번째 생일에 맞춰 이곳으로 오려고 했다가 무산되고,
우리가 운전해서 라일리 깜짝 생일 선물로 나타나려다 주일까지 돌아오는 게 무리여서 무산되고,
게다가 다른 날도 최근에 전화 심방과 여러가지 시작한 사역 때문에 교회를 비우는 게 마음이 불편해서 무산되고,
이래저래 보고 싶은 라일리는 세 살 생일에 조차 못 보게 되었다.
아마 이대로라면 내년 봄이나 되야 보게 될듯하다.
이른 오후에 캡틴 데니엘 트레일과 라이어슨 숲 길중 어디로 갈까 의논하다가,
개와 자전거의 통행이 금지된 그래서 사람이 많지 않은 라이어슨 숲길로 갔다.
차를 세우고 입구에 들어 섰는데 남편이 까만 개를 데리고 커브길로 돌아선 사람을 봤단다.
내가 미처 못 봐서 그러냐고, 아마 싸인을 못 보고 데리고 온 거 아니냐며 그 길로 따라가 보니,
젊은 아빠가 위아래 까만 옷을 입은 2살 정도 돼 보이는 아기를 데리고 걷고 있었다.
남의 집 귀한 아들을 개로 오인했으니 회개하라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나가는데,
아빠 무등을 타고 있던 주인공이 우리에게 어디가냐고, 뭘 보러 가냐고 너무도 귀엽게 묻는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트레일에 걸으러 간다고, 다람쥐랑 여우를 보러 간다고 착하게 대답해 주었다.
오랜만에 걷는 숲길에 지난 번 발견했던 버섯이 여전히 잘 자라고 있었다.
단풍이 한참 든 담쟁이도 보고,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도 밟으며 숲길을 벗어났다.
때마침 파킹장 하늘엔 거위 떼가 V자를 그리며 날아간다.
내 마음도 함께 훨훨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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