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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9월 30일 사각지대(Blind Spot)
    세상 (Life)/길 (Trail) 2020. 10. 1. 10:51

    한국은 오늘부터 추석 연휴라고 온통 매스컴이 떠들썩하다.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살았는데 우리네 정서는 뼛속 깊이 한국인이다.

    그러나 한국어와 영어의 사각지대(Blind Spot)에 사는 우리에게 추석과 탱스기빙은 삶의 사각지대다.

    사각지대란 운전할때 아무리 조심을 해도 운전자가 볼 수 없는 곳을 말하는데 보통 사각지대 땜에 사고가 많이 나기에 30여 년 전 미국에서 처음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차선을 바꿀때는 반드시 고개를 돌려 옆을 확인해야 감점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원어민처럼 할 수없고 그나마 오랜세월 한국을 떠나 살아서 한국말 조차 서툴러서 때로 적당한 단어를 떠올리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미국의 추석인 추수감사절을 지내는 건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해서 아이들 때문에 준비했던 터키 디너를 먹은 후에는 입가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곤 했다. 

    그동안의 추석엔 교회에서 송편을 함께 나누기도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땜에 그것조차 못하니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향수에 젖어 보는 것이 올 추석의 전부가 됐다.

    그나마 추석당일인 내일은 비까지 내린다기에 오늘 미리 달을 보러 동네 호숫가엘 다녀왔다.

    그것도 일이 있어 밖에 나간 남편없이 혼자서 청승맞게...그래서 애꿎은 큰 카메라를 메고 나갔다.

    옆에서 간격을 두고 걷던 여인 둘이 사진사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은 했지만 올해는 사진사인 척 향수를 달래보기로 한다.

    달이 뜰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서 포기하려는데 구름 뒤로 빼꼼히 내밀기 시작한다. 
    카메라의 모드를 바꿔보니...같은달을 다른 느낌으로 바라보는 건 우리 몫이다.
    캬~어둠에서 dsrl 카메라로 찍는건 많이 서툰데 오늘은 감사하게 호수의 그림자까지 찍혀준다.

    떠나려고 파킹장에서 차를 타려는데 달도 아쉬운듯 구름속으로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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