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Life)/식물 (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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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오래 머물기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2. 31. 04:28
생일에 받은 한다즌의 장미꽃이 열흘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시들기 시작했다. 떠나보내기 아쉬워 드라이 훌라워로 만들었다. 성탄 전야부터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오키드 꽃들도 지기 싫은 듯 매달려 있다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두 송이는 사이좋게 잎위에, 한송이는 테이블 위에, 한송이는 바닥에 그리고 한송이는 떨어지다가 줄기에 잎이 걸려 매달렸다. 꽃들이 자의든 타의든, 생화로든 드라이로든 모두 떠나지 못하고 있고, 나도 주어버리거나 떼어내지 않고 못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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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겨울밤의 풍경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2. 30. 11:05
겨울 숲길을 산책하면서 눈이 오면 나목에 눈꽃이 펴서 이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언제든지 눈이 내리면 가까운 숲에 가서 예쁜 눈꽃길을 걸어보자고 벼르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눈이 제법 내리기 시작했는데 깜깜한 밤에 온다. 아쉬움에 창밖을 내다보니 겨우살이 화분위에도 소복이 내려앉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먼저 밟고 싶었는데... 따뜻한 집안에는 지난번 살짝 눈을 떴던 오키드난이 활짝 웃는다. 옆 화분엔 먼저 떨어진 꽃잎이 심심할까봐 동무삼아 곁에 내려와 함께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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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때가 있다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2. 27. 07:52
어제 아버님 추모예배때 묵상했던 전도서 3장의 말씀을 오늘은 지인들과 매일묵상으로 함께 나눴다. 천하 모든 만물에는 때가 있듯이 우리 집 거실 화분의 꽃들에도 때가 있다. 4개월 동안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던 오키드 꽃들이 지기 시작하면서 곁에 새로이 자라던 꽃대에서는 새 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예쁜 모양을 만들어 주려다 부러뜨린 꽃대는 그의 때가 멈춘 듯 아직 아무 소식이 없지만 언제일지 모를 그의 회복의 때를 기다린다. 오늘은 보름 전 육신의 장막을 접으신 '김숙자 집사님'의 추모예배를 줌으로 함께 했다. 인생도 꽃도 모두 이렇게 기쁘게 왔다가 아쉽게 간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 3:11) 우리가 철저하게 우리 주님을 의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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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드난의 생로병사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2. 22. 00:35
올해 1월 1일 오키드들이 예쁜 꽃으로 우리 집에 시집왔다가 때가 되어 모두가 가야 할 곳으로 가고 한참의 공백기를 거쳐 얼마전 다음 세대가 시작됐다. 세 아이중 하나는 나의 지나친 관심으로 꽃줄기를 뿌러뜨렸지만 살아나길 지켜보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보니 작은 꽃봉오리에 생기가 조금 있어 희망이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다른 두 아이의 꽃몽우리가 쑥쑥 자라는 걸 보니 더 미안해진다. 오키드난들은 그렇게 천천히 우리 곁에 왔다가 천천히 우리 곁을 떠난다. 8월 25일 남편 생일에 선물로 온 오키드 난이 4개월만에 노화하기 시작했다. 맨 밑의 꽃잎을 바로 위의 꽃잎이 붙들고 있어서 매일 들어다 보며 응원을 했는데, 오늘 아침 결국 살포시 잎에 내려 앉았다. 덥석 집어서 버리질 못했다. 당분간 그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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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맛바람이 불러온 참사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2. 15. 11:04
매일 잠깐씩 둘러보기는 하지만 여유있는 월요일 오전엔 물도 주고 주변 정리도 하느라 화분 옆에 오래 머문다. 새로 자라난 오키드 꽃줄기들이 제 멋대로 자라고 있기에 모양을 잡아주려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이 그때인 줄 알았다. 꽃줄기 몇 개가 얌전히 말을 잘 듣기에 아직은 좀 무리이다 싶은 아이까지 구부리다가, 툭~ 꺾어졌다 ㅜㅜ 처음에 꽃줄기의 길을 잡아주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다가 나중의 이쁨을 위해 이 아이들도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고 착각했다. 남편의 제안대로 부러진 꽃줄기를 일단 테이프로 붙여서 핀으로 고정을 했다 ㅜㅜ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지 않아도 좋으니 살아만 달라고...눈물이 나진 않았지만 울었다. 4개월 전 남편 생일 선물로 받았던 오키드가 아직 꽃이 만발해서 기특해 했는데 맨 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