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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4일 집으로 오는 길-클링맨스 돔(Clingmans Dom)세상 (Life)/길 (Trail) 2020. 10. 18. 01:03
이번 우리가 집으로 오는 길은 노스캐롤라이나주, 테네시주, 켄터키주 그리고 일리노이주 네 개의 주를 거쳐야만 하는 긴 여행길이었다. 올해 시카고로 이사를 왔기에 이전에 디트로이트로 가는 길과는 다른 방향이어서 새로운 여행길이었다. "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오랫동안 살았기에 스모키 마운틴엔 여러 번 갈 기회가 있었고 또 미시간으로 이사 간 후에도 아이들 집을 다녀가며 지나가는 길목이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석양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대하지 않고 올라갔던 정상 클링 맨스 돔(Clingmans Dome)에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저녁 하늘에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은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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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4일 안녕 라일리~세상 (Life)/가족 (Family) 2020. 10. 15. 13:13
아침부터 분주하게 어제 못다 한 옷들을 정리하는데 산더미 같은 옷 파일이 라일리에게 좋은 놀이터가 되었다. 분류작업의 반대로 뒤섞어 놓는걸 못하게 하다가 디즈니 영화를 틀어 주려고 보니 밤새 티브이를 벽에서 떼어냈다. 그래서 딸아이의 셀폰을 틀어주고 덕분에 우리는 수월하게 일을 끝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라일리도 평소에 잘 틀어주지 않는 만화를 보면 속으로 폭 빠져들어 간단다. 평소에 수다쟁이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응답이 없으니 티비는 신기한 요술 박스임에 틀림이 없다. 일정대로 떠나려는데 가지말라며 라일리가 팔을 잡고 놓지 않아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고 눈물도 훔쳤다. 3일 사이에 정이 푹 들었나 보다. 할머니 부르는게 힘들어 '할커니' 하다가 언제부터 인가 제대로 부르던 '할머니'는 이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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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3일 라일리와 만드는 추억 2세상 (Life)/가족 (Family) 2020. 10. 14. 12:40
라일리네는 이제 이틀 후 15일에 크로징(집 파는 사람에게 키를 건네주는 날)을 한다. 그때부터 당분간 방랑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래서 정작 지금쯤은 이삿짐 정리가 대충 끝났어야 했는데... 라일리네는 지난 주간 9시간 떨어진 펜실베이니아주에 사시는 시아버지를 휴가로 일주일 방문한 후, 목요일에 그 지역에서 캠핑카를 사서 4시간쯤 내려오다가 재민이 외할머니께서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할머니댁으로 올라가다가 캠핑카를 끄는 트럭을 잘 못 취급해서 수리를 해야 했고, 장례예배가 있는 주일까지 머물고 내려오는 바람에 짐을 정리할 시간이 거의 없는 셈이 되었다. 게다가 오늘 오후에 노스캐롤라이나지만 3시간 떨어진 곳 장지에서 하관예배를 드리는 바람에 재민이는 오늘 하루를 거의 집을 비워야 했고, 우린 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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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2일 라일리와 만드는 추억 1세상 (Life)/가족 (Family) 2020. 10. 13. 11:53
드디어 7개월 만에 너무도 많이 커버린 사랑하는 라일리를 만났다. 그동안 영상통화로 자주 만나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서도 낯설어하지 않고 품에 안겨줘서 고마왔다 남편이 박사학위를 마친 곳,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접고 다시 돌아와 7년 동안 목회하는 동안 아이 둘이 자라고 대학을 졸업한 곳, 우린 떠났지만 딸아이기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라일리와 함께 살고 있는 곳... 우리에게도 딸아이에게도 너무도 소중한 추억과 향수가 많은 곳이다. 잊힌 듯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우린 손녀딸의 지나갈 시간 속에 좋은 추억을 끼워 넣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쁘게 달려왔다. 모두 지금 이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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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1일 라일리에게로 가는 길세상 (Life)/가족 (Family) 2020. 10. 12. 12:50
주일 예배를 마치고 우리 부부는 2시경에 라일리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출발했다. 중간에 한번 쉬고 5시간을 달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도착해서 호텔로 들어왔다. 손 닫는 곳을 소독 하고 저녁을 먹고 내일 새벽에 일찍 떠나기 위해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한 시간이 빨라져서 바이오리듬이 깨진 내 곁에서 코를 고는 남편이 부럽다. 그래서 나는 늦은 시간이지만 하루 한 글을 끄적인다. 호텔로 들어오기 전 이미 어두워진 신시네티 다운타운에서 1845년에 지어진 성당과 시청으로 사용되는 오래된 듯한 웅장한 성당, 그리고 멋진 유대교 회당이 역사적 건물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겉모습만 보고 옆길을 들어서니 늦은 시간임에도 식당과 술집은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나름 즐거운 시긴을 보내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여전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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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0일 누군가에겐 아쉬운 여름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0. 11. 10:33
하늘이 높고 푸르른 좋은 계절이 왔다. 베란다 텃밭에 토마토와 고추, 그리고 가지 수확이 끝나기도 했지만 물을 안 줘도 여름처럼 시들지 않아서 최근엔 밖에 나갈 일이 없었다. 오늘 점심을 준비하다 잠깐 내다 보고 미안한 맘이 들었다. 열매를 줄때는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예뻐해 주다가... 토마토는 줄기와 잎들이 누렇게 마르기 시작했고, 늦게 열린 고추는 성장이 멈춘듯 아주 작고, 가지도 여전히 꽃은 달려있지만 열매를 줄 것 같지는 않고, 곁에 있는 파슬리도 고수도 모두 마지막이라고 아우성들이다. 토마토는 예쁜 귀걸이 같은 작은 열매를 바닥에 떨구고는 아직 퇴장하기 싫은 듯 꽃까지 예쁘게 피우고 있다. 가을이 좋은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떠나고 싶지 않은 계절인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