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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10월 13일 라일리와 만드는 추억 2
    세상 (Life)/가족 (Family) 2020. 10. 14. 12:40

    라일리네는 이제 이틀 후 15일에 크로징(집 파는 사람에게 키를 건네주는 날)을 한다. 

    그때부터 당분간 방랑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래서 정작 지금쯤은 이삿짐 정리가 대충 끝났어야 했는데...

    라일리네는 지난 주간 9시간 떨어진 펜실베이니아주에 사시는 시아버지를 휴가로 일주일 방문한 후, 목요일에 그 지역에서 캠핑카를 사서 4시간쯤 내려오다가 재민이 외할머니께서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할머니댁으로 올라가다가 캠핑카를 끄는 트럭을 잘 못 취급해서 수리를 해야 했고, 장례예배가 있는 주일까지 머물고 내려오는 바람에 짐을 정리할 시간이 거의 없는 셈이 되었다. 게다가 오늘 오후에 노스캐롤라이나지만 3시간 떨어진 곳 장지에서 하관예배를 드리는 바람에 재민이는 오늘 하루를 거의 집을 비워야 했고, 우린 라일리와 놀아주면서 짐 정리를 도와주느라 저녁이 되어 나는 녹초가 되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다 라일리 때문이란다.

    나는 이사를 워낙 많이 다녀서 이사짐 정리를 쉽게 한다는 남편의 말을 칭찬으로 듣고 증명이라도 하듯 어제 반나절과 오늘 온종일을 보냈다. 이사하는 것이 배우자 떠나보내는 것 다음으로 스트레스 숫치가 높다는데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삿짐 정리를 잘하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안 쓰는 물건을 나눠쓰거나 버리는 것이다. 내가 몇 년 전부터 미니멀니즘을 실천하며 산다니까 딸아이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많이 부러워했지만 아기가 있는 가정이 그렇게 살긴 쉽지 않았을 터이다. 이번 라일리네는 세 가지로 짐을 정리해야 해서 더 복잡하다. 캠핑카에서 2-3개월 살면서 써야 할 짐, 나중에 집을 지으면 필요해 창고에 보관해야 할 짐, 그리고 나누고 싶은 버리기 아까운 짐(야드세일을 두 번이나 했단다), 버려야 할 짐... 끝도 없는 부엌살림과 옷가지들, 그리고 라일리의 살림이 딸아이를 좀 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살 것을 다짐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래서 새로 짓는 집은 지금보다 반으로 사이즈를 줄인다고 한다.  

    캠핑카 시설이 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긴 하다.

    어제 저녁엔 사위가 우리에게 자기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딸을 준 장인 장모에게 딸과 함께 벌린 일에 대한 신념을 더하기 위해 아내가 올 6월 직장을 그만두기 전 작년 말에 미국 내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좋은 직장의 오퍼를 거절하면서 까지 시작한 일이기에 만약 아주 만약에 자기네가 하는 일들이 잘 안 되면 언제든지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까지 언급하며 앞으로의 일들과 백업 계획까지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이 일은 라일리를 위해 시작됐고 라일리가 유치원을 시작하기 전까지 좋은 엄마가 되어줄 와이프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2년 전부터 계획해왔다며, 시작부터 집이 완성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유튜브에 올려서 우리와 함께 공유하겠다는 약속까지 해 주었다. 우리에게 말을 아낀 딸과는 다르게 우리를 안심시키려고 앞으로 벌어질 자신들의 모든 계획을 소상히 알려준 사위가 무척 고마왔다. 남편은 그런 사위에게 무척 로맨틱하다고 격려를 한다. 딸아이의 피가 아버지에게 흐르는 순간이었다.   

    3살 생일 사진을 기록으로 남겨 놓으려고 했더니 주인공이 숨는다. 

    오늘 오후에 당분간 생활하게 될 캠핑카에 짐을 넣다 보니 구석구석에 공간이 많았고, 머물게 될 캠핑카 터에는 전기와 물이 공급되고 공공으로 쓰는 빨래장까지 있어서 작은 아파트에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일단 지금 사는 도시 근처에 1에이커 정도의 땅을 사서 빠르면 2-3개월 내에 반(농장)을 짓고 그곳 집터로 캠핑카를 옮겨 생활하면서 집을 짓기 시작하면 지금 계획으론 1년 정도 생각하고 있고, 집을 다 지은 후에도 캠핑카는 팔지 않고 휴가 때 쓰게 될 것 같다고, 코비드가 끝나면 시카고에도 쨘~ 하고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한다. 

    뒷뜰에서 라일리가 지난 3년동안 쓰던 테이블겸 의자를 태운다. 지금까지의 생활을 정리하는 신호탄같다.

    흔히 주변의 가정에서 쉽게 볼 수없는 일을 내 눈앞에서 보고 있어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딸네가 '집'이라는 곳에 들어갈 때까지 막연한 걱정은 할머니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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