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Life)/식물 (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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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0일 당근꽃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0. 21. 06:45
비록 살짝 북쪽 위스콘신엔 첫눈이 내렸어도 우리 텃밭은 아직 여름 모드다. 이른 여름 당근에 싹이나서 잘라내 버리려다 텃밭 화분에 기대하지 않고 심었는데 쑥쑥 자라더니 예쁜 꽃을 피워준다. 그런데 같은 꽃 줄기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정말 다양한 모습이다. 7-8개 핀 중에 4-5개는 모양이 비슷했지만 나머지는 이것도 당근꽃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난 자녀들이 저마다 개성있게 같은 듯 다르듯이 꽃들도 그렇게 다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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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0일 누군가에겐 아쉬운 여름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0. 11. 10:33
하늘이 높고 푸르른 좋은 계절이 왔다. 베란다 텃밭에 토마토와 고추, 그리고 가지 수확이 끝나기도 했지만 물을 안 줘도 여름처럼 시들지 않아서 최근엔 밖에 나갈 일이 없었다. 오늘 점심을 준비하다 잠깐 내다 보고 미안한 맘이 들었다. 열매를 줄때는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예뻐해 주다가... 토마토는 줄기와 잎들이 누렇게 마르기 시작했고, 늦게 열린 고추는 성장이 멈춘듯 아주 작고, 가지도 여전히 꽃은 달려있지만 열매를 줄 것 같지는 않고, 곁에 있는 파슬리도 고수도 모두 마지막이라고 아우성들이다. 토마토는 예쁜 귀걸이 같은 작은 열매를 바닥에 떨구고는 아직 퇴장하기 싫은 듯 꽃까지 예쁘게 피우고 있다. 가을이 좋은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떠나고 싶지 않은 계절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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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의문의 일패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0. 10. 04:52
코스모스의 씨를 받으면서 첫 번째 씨주머니가 없어져서 참새가 먹었나... 의심을 했었다. 누군가에게 뺏기기 전에 따서 말려보려고 씨주머니를 따다가 말리니 톡톡 벌어지는 게 밖에 있었으면 다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오늘도 코스모스 전파자가 되려고 열심히 씨를 받아 모으는데 때마침 벌이 찾아온다. 예부터 도둑보다 잃어버리는 사람이 죄가 더 많다는 말이 있었는데 나를 두고 한 말이다. 뭐든 너무 쉽게 단정 짖지 말자! 세상의 이치엔 모두 이유가 있다. 그런데 채송화는 정말 의문이다. 전체 씨주머니가 몽땅 다 없어진 건... 누군가가 의심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아직도 궁금하다. 저 채송화는 주신 분을 생각해서 꼭 씨를 받았어야 하는 건데... 혹시라도 떨어진 씨로 내년에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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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5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금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0. 6. 01:39
아끼는 친구가 자신의 블로그에 늘어나는 창가의 다육이를 소개했다. 우리 집엔 다육이가 없는데 문득 디트로이트에서 10년 동안 키우다가 놓고 온 게발선인장이 생각났다. 2009년 디트로이트로 이사 간 해에 바로 옆집 할아버지(이번 코로나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우리 집에 이사 온 할아버지에게 전해 들었다)가 환영인사로 사주신 작은 화분을 10년 동안 키웠고 해마다 성탄절 즈음이면 꽃을 만발하게 피워주던 선인장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선 이 선인장을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 부른다. 사실 우리가 이사오면서 놓고 온 게 그것만은 아니었다. 침대와 소파, 서재의 책상 그리고 다이닝 테이블과 부엌 식탁등 등 큰 가구들은 당분간 당신 집이 팔릴 때까지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 할아버지에게는 꼭 필요할 듯하고, 새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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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3일 끝없는 전쟁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0. 4. 10:17
손바닥 만한 화단조차 내 뜻대로 되지 않는데 다른 일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ㅜㅜ 오늘은 꼭 함께해서 축하해 주고 싶은 소꼽친구의 딸이 결혼 하는 날이다. 코로나가 생기기 일년 전에 계획했던 지난 주부터의 나의 동선은 이랬었다. 지난 주엔 7개월째 못 만난 라일리의 3번째 생일을 축하하러 노스캐롤라이나에 가려했었고, 이번 주는 버지니아에 사는 친구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려 했고, 그리고 다음 주엔 어른되서 만난 친구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러 덴버에 가기로 했었는데, 더욱이 덴버엔 또 다른 소꼽친구가 살고 있어서, 이번 결혼식에 가게되면 그 친구를 방문해 만나지 못했던 지난 9년의 공백을 메워 보려는 깜찍한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덴버 결혼식은 일년 연기한 후에 가족만 모여서 하기로 했다니 제사보다 젯밥에 기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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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9. 30. 10:22
올봄에 중부시장에서 사다가 심은 고추 모종이 아직도 우리에게 먹거리를 준다. 풋고추 4개와 청양고추 4개를 이층 발코니 화분에 심었다. 한여름이 시작되면서 매달리는 싱싱한 풋고추를 자주 먹게 해주었다. 아직도 달려있는 아이들은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는 따 먹게 해 줄것이다. 선선해지기 시작하면서 순 부분만 남기고 입사귀를 모두 따서 나물로 무쳐 먹었는데 신기해서 더 맛있다. 빨개지는 청양고추는 용도가 더 다양해서 여기저기 약방의 감초처럼 쓰인다. 우리 집 고추나무가 자신을 아낌없이 우리 식탁에 올려줘서 너무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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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낸 서양란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9. 29. 07:53
올 초 겨울에 집안을 환하게 해 주던 서양란들이 계절 꽃들에 밀려서 주인의 사랑을 못 받고 지냈는데, 오늘 화초를 예쁘게 잘 가꾸는 멀리사는 예쁜 친구가 식물 전문가의 영상을 보내왔다. 겨울에 예쁘게 자라는 서양란 자랑을 한참 했던 터라 아직도 잘 크고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youtu.be/AqxbyA2 xT58 사실 바깥에서 피는 계절 꽃들에 마음을 뺏겨 일주일에 한 번 물 줄 때 말고는 잘 안 들여다 봤기에 영상을 보고 미안 한 마음에 우리 집 서양란에 관심을 쏟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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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8일 기승전...코로나 바이러스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9. 18. 23:03
요즘은 뭐든 다 코비드 19에게 뒤집어 씌운다. 목이 칼칼해도, 미열이 있어도, 눈이 침침해도, 입맛이 없어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냐는 무서운 농담이 오고 간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 7개월을 한두 시간 거리의 반경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지냈다. 사계절은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너무 더워도, 너무 추워도 마치 코로나 때문에 이상기온이 된 듯 코로나가 미움을 받는다. 가을 같은 여름이 지나가니 겨울 같은 가을을 왔다. 시카고의 가을이 짧아서 속상하다는 지인의 말이 오늘은 내 말이 된다. 뒤뜰의 코스모스가 하루가 다르게 꽃들을 피어내는 중이고 수많은 꽃봉오리들은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다. 추워지기 전에 언능 꽃을 피우고 씨를 맺어야 하는 사명을 다하려는 듯 열심히 핀다. 꽃들처럼 나도 인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