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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5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금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0. 6. 01:39
아끼는 친구가 자신의 블로그에 늘어나는 창가의 다육이를 소개했다.
우리 집엔 다육이가 없는데 문득 디트로이트에서 10년 동안 키우다가 놓고 온 게발선인장이 생각났다.
2009년 디트로이트로 이사 간 해에 바로 옆집 할아버지(이번 코로나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우리 집에 이사 온 할아버지에게 전해 들었다)가 환영인사로 사주신 작은 화분을 10년 동안 키웠고 해마다 성탄절 즈음이면 꽃을 만발하게 피워주던 선인장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선 이 선인장을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 부른다.
사실 우리가 이사오면서 놓고 온 게 그것만은 아니었다.
침대와 소파, 서재의 책상 그리고 다이닝 테이블과 부엌 식탁등 등 큰 가구들은 당분간 당신 집이 팔릴 때까지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 할아버지에게는 꼭 필요할 듯하고, 새로 이사 오는 시카고 집과는 맞지도 않기도 하고, 게다가 심플하게 살고 싶어 처리하고 올 거라서 감사하게 놓고 왔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원하시는대로 놓고 온 물건들을 생각해보니...
처리하고 싶지않았던 물건들 중 할아버지가 처음부터 원하셨던 신명기 6장 5절이 붓글씨체 한글로 적혀있는 액자, 현관에 놓인 초록색 작은 벤치, 주기도문이 새겨진 쌀 항아리, 거실에 매달린 천사 모양의 풍경, 그리고 그 외의 소소한 물건들 중엔 화분들도 할아버지는 놓고 가면 좋겠다고 하셨다. 첨엔 집이 허전할까 봐 놓고 가라고 하셨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암튼 지금 생각해 보니 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사신 이유가 당신 집은 콜로니얼(이층 집)이어서 나이가 드니 랜치(단층집)가 필요해서 이사를 하려고 사셨다고는 했지만, 집과 함께 집안도 사고 싶으셨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올해 6월 중순 당신네 이층 집이 팔렸고 이사를 하신다는 소식까지는 듣기는 했지만 어떻게 양쪽 짐을 정리하셨는지는 방문해 보기 전엔 알 수 없으나, 나는 오늘 게발선인장을 생각하며 또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쓴다.게다가 디트로이트에 두고 온것이 어찌 그것뿐이겠는가?
10년 동안 몸의 일부인 지체들과 함께 섬겼던 교회, 특별하게 가까이 지내던 교인들 그리고 익숙했던 주변 환경들을 생각하며 쓸쓸함에 젖어든다.
그런 내게 하나님께서 '지금!'이라고 말씀하신다.
kpcmd 대신 ccpc을, 게발선인장 대신 자스민을, 멀리 있는 가족 대신 가까이 있는 가족들을 섬기라고 하신다.
코로나 핑계 대지 말고 열심히 목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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