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Life)/일상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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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Pachinko)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8. 9. 07:34
일주일 동안 시간이 나는 대로 잠을 줄여가며 고시 공부하듯 읽다 보니 두 권의 400페이지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제목 '파친코'는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도박같은 재일교포의 삶의 은유적인 표현이란다. 일제 강점기에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4대를 살아온 한 여인의 가족사가 이렇게도 파란만장하고 기구할 수 있는지 소설이기 이전에 일본에서 소수민족으로, 아니 억압받는 민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지를 책을 읽는 중에 몇 번을 울컥했다. 3,4대를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조선인이라는 굴레로 삶 자체를 제한받는 그들을 우리는 우리 민족이 아닌 듯 여기며 살았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1.5세 재미교포 작가가 재일교포의 삶을 쓰기위해 30여 년을 준비했다니 언론사 여기저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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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7일 입추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8. 9. 06:50
온 세상이 이상기온으로 고통을 겪고 있어도 자연의 시계는 변함없이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은 여름이 끝나고 가을에 접어든다는 입추다. 그래선지 요 며칠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선선한 날이 계속된다. 매달려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의 시체들이 한둘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잠깐 동안 한 여름에 울기 위해 땅속에서 그렇게 오래 살아야만 했는데... 젊은 지인의 죽음 소식을 접했다.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었는데 수요일에 소천했다고 한다. 하나뿐인 아들의 결혼식을 못 보고 떠나서 많이 아쉬워했다는 소식을 대신 들었다. 사람도 매미도 이렇게 떠나는 것을 모질게 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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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4일 드라마 같은 삶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8. 6. 22:58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온 한 성도님 가정을 방문했다. 우리 모두의 삶이 한편의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있지만 의식 깊은 곳에서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기는 쉽지 않으니 그걸 잘 표현하는 작가들은 천재다. 최근에 한 가족의 삶을 소재로 한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본 후 남편에게도 강권해서 보라고 했다. 가족이어서 말하지 않고도 당연히 서로를 알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 인간은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알 수 없다. 종종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아줘서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좋은 감정으로만 살 수는 없다. 내가 드라마 작가라면 오늘 방문한 성도의 가정 이야기를 16편 미니시리즈를 충분히 만들어 낼 듯하다. 70 중반 성도님의 간증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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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일 소설 '파친코'와 떡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8. 4. 11:26
지난번 'educated' 교육의 발견을 빌려주셨던 지인이 이번엔 맛난 영양떡과 함께 'pachinko' 파친코를 빌려주셨다. 독특한 배경의 한국계 1.5세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이 재일교포의 애환과 슬픔을 담은 2권의 장편소설이다. 장소는 다르지만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같아 관심이 간다. 예배 후 집에 와서 냉동떡을 팬에 살짝 데워 책의 첫 장을 열었다. 마음과 육신의 양식을 골고루 주신 지인께 감사하며... 찰스 디킨스의 '고향은 이름이자 강력한 말이다' 라는 어록으로 첫 장을 연다. 고향...벌써 코끝이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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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30일 멋쟁이 할머니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7. 31. 12:37
거의 반년만에 지인 3명과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패티오에서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음식이 나오면 1시간 내로 먹고 나가야 한단다. 한 분이 시간을 잘못 알고 30여분이 넘은 후에 도착해서 그나마 조금 더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점심 즈음엔 패티오 식탁이 꽉 찬걸 보니 모두들 밖이 많이 그리운 모양이다. 우리 모두 오랜만의 즐거운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삼삼오오 앉아서 음식은 부수적인 것이고 즐거운 대화 속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우리 테이블 너머 멋쟁이 할머니 한분이 샌드위치와 와인을 곁들인 우아한 혼밥을 하신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양로원 계신 분들과 기저질환 시니어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셨고 그래서 어르신들은 웬만해서 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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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6일 중복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7. 28. 22:18
아직은 지극히 작은 인원이 모여 주일예배를 드린다. 3부는 실황 예배를 유튜브로 드릴 수 있어서 일부러 교회에 나오지 않고도 예배를 드릴 수 있어서... 인원이 많든 적든 섬기시는 분들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그 섬기는 분들을 섬기기 위해 집사님 한 분께서 마침 오늘이 중복이라고 삼계탕을 준비하셨다. 더위가 시작될 무렵 남편이 삼계탕을 먹고싶다고 했고 만들어 보려고 닭 한마리를 사 왔다가 더위가 무서워 볶음탕을 해 먹었었는데... 나는 그래서 더 감사했다. 이 더위에 15마리 삼계탕을 끓이려면... 누군가의 수고로 우리 모두는 이제 나머지 더위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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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5일 배려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7. 28. 22:09
여전히 뜨거운 오후다. 지인의 집 뒤뜰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는데... 그분은 두 주전 부모님 장례를 위해 캘리포니아엘 다녀와서 코로나 검사를 했고 음성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나는... 그분의 긴 인생을 짧은 시간에 듣고 인생은 누구에게든 쉬운 게 아니라는 결론을 또 내렸다. 성공한 CEO 의 아내로 남들이 보기에 편안하게 사신 듯 하지만 쉽게 내려놓지 못할 무거운 삶을 사셨다. 이제는 힘든 삶의 무게들을 이제 조금씩 내려놔야 할텐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우리는 모두 아프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배려해서 당신은 커피도 아이스크림도 안 드시지만 맛있는 커피 아이스크림까지 준비해 놓으신 따뜻함에 감동했고 남을 배려하는 만큼 그분도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배려를 받으셨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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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4일 이웃사촌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7. 27. 07:28
우리가 사는 집은 삼층집으로 5,6가구가 쭉 연결된 타운 홈이다. 우리가 사는 동엔 6개 가구 중 3가구가 한국사람이다. 왼쪽은 새로 결혼한 신혼부부이고 오른쪽은 우리보다 살짝 나이가 좀 드신 어르신이다. 한국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 살다가 와서 반가웠지만 낯설기도 했다. 얼마 전에 입주한 신혼부부가 이웃이라고 인사를 하며 맛난 과일을 전해준다. 답례로 맛난 김치를 한통 담아 주었다. 울 아들ㅈ보다 젊은 나이인데 우리를 살갑게 대해주니 고마왔다. 나보다 3살 위인 옆집 아주머니는 내가 아침에 뒤뜰 텃밭에 물을 주러 나가면 그분은 18년 동안 함께 키워온 강아지 산책을 위해 뒤뜰로 나오신다. 서로 통성명을 했는데 한 번은 산책길에 마주쳐 함께 백조의 호숫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사 오기 전 지난 2년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