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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vs 바쁨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10. 29. 06:21
아이들이 둘 다 떠나고 우리 둘 만 남은 집을 청소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게 오래전 일이다.
시카고로 이사 온 후 새 집이어서 청소를 자주 안 해도 더러움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문제이기도 하지만,
보통 일주일에 한번 빨래와 함께 집안 대청소를 하는데 아마도 지난주에 잊었든지 바빴든지 했던 모양이다.
오랜만에 햇살이 드는 거실 소파 밑에 먼지와 거미줄이... 헐~
지저분한 것이 별로 문제가 안 되는 남편과 사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해지니 먼지가 잘 보이는 않는 것도 은혜다.
오전에 열일 제쳐놓고 청소를 시작하는데 한국을 방문 중인 집사님으로부터 톡이 왔다.
얼마 전 요양원에 입원하신 부모님을 뵈러 한국에 들어가서 부모님 사시던 빈집에서 2주 격리 중이신데...
"... 한바탕 청소를 하고, 꽉 닫힌 공간에서 질식해 있던 수건들과 옷들을 빨아 햇빛과 살랑거리는 공기 속에 선탠을 시키고 초저녁에 꿈나라로 갔더니... 주님이 허락하신 자연 만남 느낌, 얼마나 큰 복인지 매 순간 경이로운 마음으로 깨어있으려 합니다"라고~
집사님 글을 읽으면서 마치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듯 예쁜 상상을 하다가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며 집사님과 어울리는 영화라고 2주간의 격리기간 중에 꼭 보시라면서 짧은 유튜브 영상을 링크해 드렸다.
그리고 나도 좀 춥긴 했지만 창문을 활짝 열어 이불을 탁탁 털어 숨통을 트여주고, 바닥의 먼지와 거미줄은 청소기로 뽑아내고, 목욕탕과 화장실은 레몬 세재로 싹싹 닦고 나니 다시 새 집이 되었다.
기분도 새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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