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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위에 관한 알쓸신잡
    세상 (Life)/길 (Trail) 2020. 10. 3. 06:27

    추석 보름달을 보러 나갔다가 목격한 신기한 거위 떼 이야기~

    추석 당일엔 비가 온다기에 나 혼자 이른 보름달을 보긴 했지만, 혹시 남편과 함께 붉고 크게 떠오르는 달을 구름 사이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어제 우리 타운 호숫가에서 달뜨는 시간에 맞춰 호수 주변을 걷고 있었다.  일몰 쪽엔 구름 사이 틈이 있었지만 월출 쪽은 까만 구름으로 덮여 있어서 '혹시나, 역시나, 혹시나...'를 반복하면서 걷는 중에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2000보 정도 걸을 수 있는 호숫가에는 원래 십여 마리 거위가 살고 있었는데, 어제 거위들이 자꾸자꾸 타지에서 날아와 호수에 내려와 앉는다. 나중에 깜깜해져서 사진이 안 나올 즈음엔 호수의 반이상이 거위들로 찰 정도로 모여들었다. 우리 언어로 '총회'로 모였다고 했는데, 곁에서 걷던 미국인 언어는 'Family Reunion(가족 휴가 모임)'였다. 사실 우리가 떠날 때쯤인 이미 깜깜해진 때에도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모여 있는걸 한참 바라보다가 집에 와서 관심 밖이던 거위들의 생태계를 찾아보았다. 

    거위...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되는 품격 있는 새였다. 호수 주변에서 살면서 산책로에 똥을 싸놓아서 피해다니며 '우씨 똥쟁이들~'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에게 외모로 밀려도 사사로이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백조보다 멋진 새였다. 

    재밌게 읽어본 거위에 관한 정보다. 거위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고 한번 결혼하면 평생을 같이 살고 혹시 배우자가 죽으면 암놈이든 수놈이든 수절하면서 혼자 지낸단다. 그리고 새끼들을 보호할 때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동에 관해 알고 싶어서 확인해 보니, 캐나다와 알래스카에 사는 거위들이 추위를 피해 가을에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수 천 마일을 날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하루에 1500마일을 날기도 한다는데 더 놀라운건 날아가는 속도가 시속 60마일이라고 한다. 지구력 짱이다. 그룹으로 날아갈 때 V 자 형태로 날아가는 이유는 뒤에 나는 거위가 리드하는 거위의 날개 힘으로 조금 덜 움직여도 되기 때문이란다. 리더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리드하던 거위가 힘이 빠지면 서로 교대를 한단다. 캐나다와 알래스카에 사는 거위의 따뜻한 곳이 미시간주나 우리가 사는 일리노이주라서 겨울에 이곳에서 서식한다고 한다. 거위는 웬만한 추위를 견뎌낸다고 한다. 물 위에서 잠을 자지만 가끔 호수가 얼면 얼음 위에서도 잠을 자기도 한단다. 그럼 남쪽으로 이동하는 거위들은...캐나다 구스(캐나다에서 와서 캐나다 구스가 아니라 거위종류)는 아닌것 같다.  그리고 이동을 할 때는 낮시간보다는 밤 시간을 주로 이용한단다. 차가운 공기가 그들의 날갯짓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그럼 이동하는 거위들은 어떻게 자기 거처를 알고 찾아가는지 몹씨도 궁금했는데, 조류학자들은 거위가 그들만의 냄새나 중력에 의해서 찾아가는 것 같다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어제 우리는 보름달이 뜨는 날 거위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마치고 모두 남쪽으로 내려가려나...(늑대도 아닌데 ㅋㅋ) 라는 시나리오를 썼었다. 오늘 호숫가에 다시 가보니 어제 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거위들이 호수물을 방석삼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생각과 학자들의 정보를 함께 엮어 결론을 내렸다. 첫째, 캐나다와 알래스카의 추운 겨울을 피해 시카고의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이동해 온 거위들이다. 둘째, 더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가는 중간지점에 쉬어가는 비행장(호수로 내려가는 모습이 비행기 착륙하는 모습을 닮아서 ㅋㅋ) 일 수도 있다. 셋째, 이곳에 살던 거위들이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남쪽나라로 이동하기 위해 집결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으나 거위의 세계를 알고 나니 오늘은 똥쟁이 거위들이 나름 멋져 보였다. 

    지난번 보름달에 관한 '알쓸신잡'에 이어서 이번엔 주변에 너무 흔해서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거위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호수로 내려오는 거위들~ 때로는 V자를 그리며 단체로 날아 내려가는건 아쉽게도 사진을 못 남겼다. 어둡기도 했고~
    거위들이 날아들기 시작할 무렵인데 우리가 떠날즈음엔 호수의 반 이상을 거위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는 깜깜해서 거위가 보이지 않게 될때 떠났다.  사실 그동안 거위는 풀밭에서 자는 줄 알았었는데 저렇게 물위에서 잠을 자는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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