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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어슨 숲의 눈 길
    세상 (Life)/길 (Trail) 2020. 12. 31. 11:01

    교인의 믿지 않는 친구가 암 치료 중에 임종이 다가왔고 떠나기 전에 예수님을 알게 하고 싶어서 울 목사님께 병원 심방 요청을 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병원 방문이 거의 불가능했으나 주의 도움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의식이 거의 없어서 마지막까지 청각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복음을 제시했고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나왔다고 한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그렇게 2시가 다 되어 집에 온 남편은 그제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어젯밤 펑펑 내리던 눈이 한밤중에 비로 바뀌어 얼었지만 오랫동안 기다리던 눈 온 숲길로 무작정 나서봤다.

    숲 길 입구에서 저만치 앞서가는 노부부외엔 사람들을 볼 수 없었지만,

    썰매 자국, 남자와 여자의 크고 작은 발자국... 앞서 지나간 사람들이 흔적을 남겨놓았다.   

    눈 위를 '뽀드득 뽀드득' 걸으려고 했는데 걸을 때마다 얼음 부서지는 '뻐그적 뻐그적' 소리를 낸다.

    마치 모래 위를 걷는 듯 힘을 주며 한 시간을 걸은 후 주차장에 도착하니 발목이 뻐근하다.

    우리의 목적과는 다른 듯 저 만치 앞서 가는 노부부가 한손엔 별다방 커피를 한잔씩 들고 손을 잡고 아주아주 천천히 걷는다.  아주아주 씩씩하게 걷는 남편이 앞서간다. 지인에게 숲길을 걸었다고 했더니, 손잡았냐? 팔짱꼈냐?? 아님 단독으로 걸었냐??? 호기심 천국이시기에, 손 잡기엔 아직 젊고 팔장끼기엔 너무 늙고 그래서 단독...그것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았다고 답했다.
    못보던 거위들이 차가운 물위에 군집해 있다. 반가와서 인사를 했더니 남편왈 "발 시렵겠다"
    젖은 눈이 무거운듯 집도 벤치도 버거워 보인다. 
    서있는 나무는 눈가루를 모두 털어냈는데 누운 나무들은 모두 품고있다. 
    미처 떨켜를 형성하지 못해 떨어지지 않은 애기잎사귀가 눈밭의 주인이다. 
    못보던 버섯이 보인다. 눈위에 내린 비가 얼어서 만들어낸 얼음 조각이 누룽지같단다. 뭐눈엔 뭐만 보이나보다. 

    눈길엔 낭만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평상시와는 다른 분위기의 새로움이 있어서 고마왔다.

    나무 위에 하얀 눈꽃 피고 길 위엔 하얀 솜이불 깔린 날에 아무도 걷지 않은 이 길을 다시 와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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