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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7월 10일 3개월에 묻힐 뻔한 30년의 과거
    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7. 11. 23:47

    남편은 터널 비전과 PhD(permanantly head damaged) 소유자다. 몸과 마음과 생각의 99.99% 가 하나님과 자신이다. 그래서 0.01%를 차지한 내가 때로는 외롭다. 사실 그게 좋아서 결혼했는 지도 모른다.

    나도 간섭받는 걸 싫어하니 나를 많이 바라보는 남편을 원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랬다면 숨이 막혀서 오히려 더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모든 걸 아내와 같이해야 하는 친구의 남편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의 아쉬움은 있지만 부럽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지난 30여 년의 세월을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았다. 코비드 19이 우리의 삶의 틀을 바꿔 놓을 때까지~ 

     지난 3개월 동안 우리는 지난 30여 년 동안 함께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공유했다. 집콕 중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산책을 저녁마다 함께 했기 때문이다. 산책 중에도 서로 다른 생각으로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흥미를 나누는 오롯한 대화가 있었다.

    그런데 교회의 대면 예배가 시작된 지난 주를 시작으로 남편의 몸과 마음과 생각이 그대로 멈췄다. 아니 다시 하나님과 자신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남편과 함께가 아닌 이제는 혼자 산책을 가야 했다. 사실 혼자 산책을 하면 듣고 싶은 걸 귀에 꼳고 걸어 다닐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데 지난 3개월 동안 남편과 같이 다니는 게 길들여져선지 문득 기분이 상했다. '이렇게 살려면 뭐하러 결혼했지?' 불편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와서 결국은 "바쁜 목사, 바쁜 남편 그리고 바쁜 아빠는 나쁜 목사, 남편 그리고 아빠래' 라며 남편의 속까지 뒤집어 놓았다.

    시를 많이 좋아하는 한국 사는 남편 친구(고등학교 시절 함께 신앙생활하던 친구)가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좋은 시가 있으면 가끔 내게도 공유를 해준다. 그런데 오늘 마침 보내온 시가 내가 남편과 연애시절 무슨 카드를 보내면서 썼던 문장과 같은 맥락이었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거래요' '맞다! 잊고 있었다!! 나를 자유롭게 해 주던 고마움을 잊고 불평을 했구나!!!'싶어 스스로 옷깃을 여미고 다시 시작한다. 남편의 사역을 편안하게 해주는 동역자와 돕는 베필 모드로 돌아가자.

    친구야 고맙다. 친구를 통해 깨우침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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