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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일 스토리가 있는 호수(휴전)세상 (Life)/길 (Trail) 2020. 7. 3. 07:22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나 이른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일찍 마쳤다. 화분 텃밭이 있는 아주 작은 베란다로 커피 한잔을 들고나갔다. 아침마다 화분에 물을 주느라 나가긴 하지만 오늘처럼 곁에 앉아서 아침 인사를 하기는 처음이다. 모종을 사다 심어선지 쑥쑥 크는 고추는 벌써 10여 개를 따 먹었고 키 작은 가지에 열린 가지도 한 개 땄다. 열매 때문에 꽃을 건성으로 봤는데 오늘 나가서 앉아보니 가지 꽃과 고추 꽃이 참 이쁘다. 그 모습에 반했는지 꼬맹이 벌(벌같이 생기지 않은)이 가지 꽃에 수정까지 해준다. 고맙다! 니 덕에 가지가 밥상에 오를 날이 멀지 않았구나~ 너희들도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구나! 열매만 기다리느라 꽃을 봐주지 못한 미안함에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오늘은 혼자 되신 두 분 집사님을 뵙고 그분들이 풀어놓으신 여러 개의 이야기보따리를 잔뜩 지고 왔다.
짧으면 70이고 길면 80인 우리네 인생길에 우리는 정말 많은 스토리를 만들면서 살고 있다. 나와 너... 그리고 호수!
오늘도 이런 저런 안쓰러움을 안고 갔는데... 오랜만에 아빠 엄마 백조가 새끼 백조와 함께 있는 모습이 반가웠다. 오호~ 가여운 청둥오리 가족도 건너편에서 편안하게 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전쟁 후의 휴식인지 아님 서로 포기한건지 그동안 곁을 주지 않던 오리들이 내가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움직이질 않는다. 내가 안 와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당연한 것들이 기적처럼 보이는 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상해진 요즘 우리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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