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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6월 27일 스토리가 있는 호수(욕심)
    세상 (Life)/길 (Trail) 2020. 6. 29. 03:29

    아침에 라일리가 색칠공부를 너무 잘하고 있다고 그 모습을 할머니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말 제대로 색칠을 한다. 며칠 전엔 아빠랑 하드웨어 스토어에 갔는데 혼자서 음악도 없이 흥이 나서 몸을 흔들어 대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왔었는데... 울 손녀딸 미래 아이돌? 반가운 마음에 어제 저녁에 있었던 호숫가의 조류들의 전쟁이 생각나서 전화기를 들고 현장을 찾았다. 손녀딸에게 새끼 백조도 보여줄 겸~

    밤새 안녕이 궁금했던 호숫가는 여전히 남북관계처럼 아빠 백조와 거위 가족이 대치중이었다. 거위 가족을 호숫가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아빠 백조덕에 어마 백조와 새끼 백조들은 아침 식사를 열심히 하고 치장도 하는데, 거위 가족은 호시탐탐 내려갈 기회를 노리고, 청둥오리도 호수를 한참을 바라보다 아예 주택가 쪽으로 이동을 한다. 

    아빠와 첫 아이같아 보이는 새끼가 데이트를 한다. 여기까지는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멀리 숨어서 백조의 동선를 살피는 거위 일가 ㅠㅠ
    청둥오리도 멀리서 백조의 눈치를 보는 듯 ㅜㅜ
    그러다가 건물 쪽으로 아예 이동을 한다. 내가 거위와 백조를 한국의 남북관계 또는 미국의 흑백관계라 했더니 그럼 청둥오리는 우리네! 라고 남편이 거든다.  
    조금 더 내려가 본 거위 땜에 새끼와 데이트중이던 아빠 백조 출동~
    멀리서 거위와 대치중인 아빠덕에 나머지 오리 가족은 열심히 식사중~ 딴짓하는 새끼가 아까 아빠와 데이트하던 그 새끼인가보다~
    아빠는 여전히 대기중이고 식사를 마친 가족은 치장 시작~

    건물주가 마련해준 먹이통도 두개이고 호수도 모두 함께 살아도 될 만큼 넓은데 부모 백조가 왜 저리도 예민한 지 궁금하긴 했지만 무슨 사연이 있겠지 싶어서 시끄러운 조류 세계를 벗어나 꽃과 물고기가 있는 작은 폭포에서 궁금증을 내려놓고 집으로 왔다. 

    꽃과 나비... 너희는 사이좋은 거지!
    누가 뭐라 안해도 혼자서 피고지고~
    벌과도 사이좋아 보이고~
    매번 건너는 건널목에 핀 보라색 꽃들~ 그동안은 왜 못봤을까?
    지고 있는 라일락에게서도 여전히 짙은 향기가 난다. 젊은 이들아~ 늙었다고 너무 무시말아라 너희들도 언젠가는 늙는 다는 걸~
    우리 단지 입구에 수국이 피기 시작했다. 여름 내내 나는 이 아이들을 많이 사랑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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