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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9일 월남한 가족이야기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9. 10. 07:41
오늘 방문한 집사님께서 2시간 동안 들려주신 그분의 일생은 영화 시나리오로 써도 충분할 만큼 드라마틱하다.
야곱이 지낸 '130년 동안의 험한 세월'과 같은 삶을 사신 집사님은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으로 시작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포기와 소망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면서 세상을 살아오셨다.
먼저 월남한 아버지와 형님을 따라 11살의 나이에 어머니가 싸주신 쌀 한말을 짊어지고 홀로 월남을 했고,
가족은 찾지 못한채 정처 없이 떠돌다 아사 직전 상태에 김포의 어느 목사님 가정의 돌봄으로 대학까지 졸업하게 되었고,
김포에서 같은 중학교에서 자란 지금의 부인을 대학 때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에 빠져 약혼을 한 후 약혼녀는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집사님은 군대에 입대를 했고,
군 생활중 베풀었던 선이 나중에 제대하고 악으로 돌아온 것을 경험하고는 제대하자마자 한국을 떠나 미국에 있는 약혼녀에게로 왔고,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았고 지금은 둘 다 결혼하여 손자와 손녀를 예쁘게 두고 사신다.
집사님이 월남하신 후 어머니께서도 7살, 5살 두 동생을 데리고 월남하시다 생이별을 하셨는데,
돌아가실 때 두 동생을 찾아 용서를 빌어달라는 어머님의 유언으로 인해 남북 이산가족 찾기 운동에 앞장을 섰다가 나중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두 동생을 찾아준다는 친북 단체의 거짓을 알게 되어 실망과 좌절을 하고 모든 걸 내려놓게 되셨단다.
11살의 나이에 고아처럼 떠돌아 다니던 시절...
20여 년을 남의 집에서 생활하며 슬픔을 간직해야 했던 시절...
동생들을 찾기 위해 오랜 세월을 불확실한 시간으로 보낸 시절들을 이야기하시면서 눈시울을 적실 때 나도 같이 울컥했다.
한국전쟁을 겪은 어르신들은 지금의 한국의 상황이 마치 '공산화'가 될 것 같은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계신다.
우리 아버님에게도 월남하시면서 겪은 어려움을 듣긴 했지만 우리는 경험하진 못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고 게다가 우리의 자녀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그런 슬픈 과거를 우리는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고 또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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