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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2일 함께 걷는 길 (라이어슨 숲길)세상 (Life)/길 (Trail) 2020. 8. 25. 00:50
남편이 점심먹은 후 속이 더부룩하다며 이른 오후이지만 걷자고 한다.
이럴 땐 라이어슨 숲길은 그늘로 이어지니 남편도 그걸 알고 그곳으로 가잔다.
여름의 끝자락이긴 하지만 한 낮의 더위는 만만히 볼게 아니었다.
땀을 내며 숲길을 한참 걷는데 노부부가 강가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린다.
집중을 위해선지 서로 다른 방향의 자연을 바라보며 캔버스에 정성을 담고 있는 노 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워 내 마음에 담아왔다.
또 한참을 걷다보니 이번엔 큼직큼직한 버섯들이 자태를 뽐낸다.
곧 이어질 단풍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전 자기의 때를 지켜보려는 듯해서 알아봐 주고 '우와 우와' 하며 칭찬도 해줬다.
내 얼굴만한 버섯이 뭔가 영험해 보이기도 하고 주황빛을 듬뿍 머금은 아이도 이때를 위함이라는 듯 자신만만하다.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동화길 편지함에 오늘은 뭔가 많이 들어있다.
지난번에 누군가가 넣어놓았던 헝거게임은 누군가가 가져가고 다시 누군가가 넣어놓은 책과 그림이 들어있다.
열어서 구경하고 나도 담엔 뭔가 가져다 넣고 싶은 마음이 드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편지함이다.
누군가의 삶을 공유하고 누군가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편안하고 고마운 숲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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