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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5월 9일 수요일 둔내 파인힐 팬션
    여행 (Travel)/한국 (South Korea) 2018. 5. 12. 11:01

     

     

     

     

     

    중학교 시절 나와 울 신랑은 같은 동네에 살았다.

    나는 우리집에 세 들어 사시던 권사님의 전도로,

    울 신랑은 대광중학교의 주보 모음 숙제로 그렇게 우리는 서로 집 근처 나사렛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모든 것이 순수했던 그 시절에 우리는 쉽게 예수님을 믿었고 세례를 받았으며 그렇게 시작한 신앙생활이 지금까지의 삶의 전부가 되었다.

    그 시절 아주 친하게 지내던 선배 언니가 강원도 둔내에서 ‘파일 힐’이라는 팬션을 운영하고 있어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벼르기만 했던 그 곳을 이번엔 방문했다.

    아침에 함께 동행할 선배부부와 또다른 선배 언니까지 5명이서 한 차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해서 동네의 수육과 막국수집에서 점심을 먹고 주변의 청태산 자연 휴양림을 함께 걸으며 우리는 과거 그때 그시절로 돌아갔다.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도 촬영했다는 잘 만들어진 숲속을 걸으면서 산림욕을 하고 숙소인 팬션으로 들어갔다.

    선배 언니는 조금이라도 잘 먹이고 싶어서 이것저것 준비를 한 듯했지만 점심을 워낙 든든히 먹어서 우리는 소화도 시킬겸 뒷산에 올라 고사리를 땄다.

    이미 지난 연휴에 한바탕 손길이 지나가서 남은 것은 보물찾기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수줍은 듯 머리 숙인 고사리 덕에 또 다른 즐거움을 누렸다.

    바베큐로 한우와 오징어 새우를 구워 주셔서 즐겁고 배부르게 저녁을 먹었고 밤 늦게까지 노래방에서 노래도 하고 최근에 색소폰 삼매경에 빠진 언니 남편의 연주를 넋을 놓고 들으면서 인간의 무한정한 능력을 감탄했다.

    그리고 우리는 밤이 늦도록 책한권에 이야기를 담아도 모자랄 인생사를 나눴다.

    언니는 남편의 직장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을 드나들면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애쓰다가 이제 산골마을에서 팬션을 운영하면서 시골아짐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서울에서 바쁘게 쫒기면서 사는 우리의 모습과는 다른 여유가 있어서 좋았고 속이야 알 수 없으나 90이 넘으신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어른공경까지 하는 착한 며느리이기도 했다.

    시골의 생활이 적적하지 않느냐는 우리의 질문에 지난 5년간 그럴 시간이 없었단다.

    남편의 건축에 대한 욕심(?)으로 썬룸과 지하 노래방과 황토 찜질방까지 둘이서 직접 공사를 했다니, 게다가 텃밭은 물론 닭장에 닭이 5마리이고 애완용개 2마리와 진돗개까지 먹이고 케어해주려면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앉을 때까지 계속 움직여야 한단다.

    미니멀리즘을 사는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집안 구석구석의 물건들이었다.

    이층은 게스트를 위한 공간이어서 정돈이 되어있었지만,

    일층과 선룸엔 중국에서 살던 살림과 친척들이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을 가져다 놓았다는데...그렇게 언니가 살림을 받아놓으면 남편은 부족한 수용공간을 늘려준단다.

    사람들의 생김도 다양하지만 사는 모습은 진짜 다양했다.

    그렇게 또 다른 삶과 인생의 현장에서 밤이 새도록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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