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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드난의 생로병사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12. 22. 00:35
올해 1월 1일 오키드들이 예쁜 꽃으로 우리 집에 시집왔다가 때가 되어 모두가 가야 할 곳으로 가고 한참의 공백기를 거쳐 얼마전 다음 세대가 시작됐다. 세 아이중 하나는 나의 지나친 관심으로 꽃줄기를 뿌러뜨렸지만 살아나길 지켜보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보니 작은 꽃봉오리에 생기가 조금 있어 희망이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다른 두 아이의 꽃몽우리가 쑥쑥 자라는 걸 보니 더 미안해진다.
오키드난들은 그렇게 천천히 우리 곁에 왔다가 천천히 우리 곁을 떠난다.
8월 25일 남편 생일에 선물로 온 오키드 난이 4개월만에 노화하기 시작했다. 맨 밑의 꽃잎을 바로 위의 꽃잎이 붙들고 있어서 매일 들어다 보며 응원을 했는데, 오늘 아침 결국 살포시 잎에 내려 앉았다. 덥석 집어서 버리질 못했다. 당분간 그자리에 놔 두고 싶다. 그리고 바로 위의 꽃잎도 많이 노쇠했다. 나머지 꽃들도 서서히 말라가고 있어서 조금은 서글펐지만, 식물도 사람도 모두 때가 되면 이렇게 모두가 가야 하는 길로 가야하는 것을...
데살로니가후서에서 받은 말씀대로 그때를 준비하고 살아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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