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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8월 20일 불쌍한 애벌레
    세상 (Life)/식물 (Plants) 2020. 8. 21. 12:20

    일년생을 겨울에는 실내에 들여놓다 다년생으로 키우시는 지인에게서 분양받아온 채송화를 뒤뜰에 심었기에 나는 내년에도 이 아이들을 키워내야 할 책임이 있다. 

    옛날에 한국에선 채송화 씨가 떨어지면 그다음 해엔 스스로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나 해서 씨를 받아놓으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거뭇거뭇한, 마치 채송화 씨 같은 것이 떨어져 있어서 벌써 싶어 나가 보니, 헐~ 애벌레가 아직 익지도 않은 씨주머니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지난번 애벌레는 케일을 비롯해 허브 종류를 싹 먹어 버렸는데 이번엔 씨주머니에 들어있는 채송화 씨까지 먹어 치운다.

    애벌레를 뜯어내 자세히 보니 꼭 씨를 먹기 위해 거기 매달려 있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징그러워서 바로 옆 하수구(스올)로 보냈고 맘은 좀 짠했다.  

    베란다에 활짝핀 노란 상추 꽃을 보며 마음을 툭툭 털고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자연과 같이 나눠먹고 자연과 같이 누려야 하는데 나는 아직 욕심쟁이 인가보다.  

    피고지고를 되풀이 하지만 이미 져서 씨를 영그는 아그들도 있고 아직도 한창인 아그들도 있다. 여전히 이쁘다. 
    채송화 씨 주머니를 똬리를 틀어 하나가 되어 있는 애벌레를 무자비하게 떼어냈다. 
    띁어내니 빈 씨주머니만 남는다. 
    씨를 파먹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환골탈퇴를 위해 잠시 채송화 씨집을 빌린 건지는 알 수없으나 나는 이 아이를 죽음으로 마무리 했다.  
    먹기에 바빠서 잊혀질뻔했던 상추꽃이다. 와이셔츠 단추만한 노랑꽃이 위로를 한다. 하나님의 솜씨는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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