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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의 마지막 날!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20. 2. 1. 00:50
지난 4개월 동안 우리는 인생에서 오랜 기간을 살면서 겪을 듯한 일들로 아주 많이 분주했다.
디트로이트 연합장로교회에서 11년동안의 사역이 매너리즘에 빠진듯한 시기에 남편과 나는 환갑을 맞이했다.
환갑...다시 시작한다는 그 시점에 우리에게 큰 도전이 왔다.
사역지를 옮기기에는 나이가 많고 은퇴를 하기엔 좀 이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교단에서 일하시는 선배 목사님에게서 왜 꼭 좋은 곳으로만 가야하느냐고 은퇴전에 남아있는 열정을 어려운 교회에 가서 서로를 세워주는 사역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 9월 말이다.
그렇게 제안을 받은 시카고 언약장로교회는 지난 15여년동안 목회자와 교회간의 분쟁으로 정말 힘든 교회였다.
7년동안의 법정투쟁으로 가나안교회와 언약장로교회로 분열됐고 2년전에 또 다시 새언약장로교회로 분열되어서 좋은 시절 많았던 1500명의 교인수가 이제는 250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2년전 전임교수와 젊은 교인들 100여명이 분리된 교회로 떠나게 되어서 지금은 신념으로 교회를 지키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이곳 교회가 규모는 작아졌어도 예배, 선교, 교육, 봉사, 친교 의 사역은 해야하는터라 몇몇 지도자들이 목회자가 부재한 지난 1년동안 정말 많이 힘든 상황이어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에 부임을 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교회에도 우리가 떠나게 되는 시점에 음악사역자와 한어권 부교역자 한명이 갑자기 떠나버려서 12월 한 달은 떠날 준비를 하면서 일을 마무리 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세 사람 몫을 해야해서 보통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했다.
남편은 디트로이트교회에서는 사역을 정리하느라, 또 시카고교회에서는 부 교역자 없이 혼자서 사역을 시작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나는 일상을 정리하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10월 첫주에 디트로이트 교회에 떠나는 보고를 했을때 많은 분들이 놀라며 아쉬워 하기도 했지만 변화를 원하는 교인들은 섭섭함보다는 시원함이 더 컸을 수도 있겠다.
3개월 동안 지난 11년의 관계를 정리하려니 턱없이 시간이 부족해서 많이 아쉬웠다.
둘째 주에 주말을 시카고교회에서 지내면서 공동의회와 노회에서의 만남을 갖고 하루 있는 여유날엔 우리의 살집을 정했다.
5년전 디트로이트에서 시카고로 이주해 사업을 하던 교회 청년이 새로 들어와 살게된 타운하우스를 보고 맘에들어 우리도 살기로 한것이다.
일반주택에서 집관리하는 것이 아주 힘들었던 터라 새로지은 타운하우스는 일단 우리의 조건을 만족시켰다.
다시 디트로이트로 돌아가 살던 집을 내놓으면서 집이 빠른 시일내에 팔려줘야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웃 할아버지내외를 통해 우리에게 은혜를 주셨다.
3집건너 이층집에 사시는 73세이신 다니엘 할아버지는 그 동네에서 34년을 사셨고 지금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나이가 들어 단층집으로 옮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던 차에 우리집에 for sale 사인이 붙은 것을 보시고 개인적으로 노크를 하고 집안을 휘리릭 한번 둘러 보시고는 계약을 하셨다.
모든 것을 우리의 편의를 봐주시는 걸 보니 다니엘과 엘다가 우리 집을 산것은 그 분들보다는 우리를 위함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은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때이고 그 분들의 집은 3월이나 되어야 내놓을 것이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그 분이 집을 휘리릭 돌아보면서 한글로 신명기 6장 5절 말씀이 쓰여있는 액자를 묻더니 이사갈때 당신에게 주고 가라고 부탁을 하신다.
하나님께서 그 때 이미 그 분에게 우리집을 사려고 마음을 넣어 주셨던 게다.
그 이후 우리가 떠나기 전인 3개월동안 천사같은 그 분들과 함께 교제를 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일정이 바쁜 우리를 배려해서 버릴 물건들은 당신이 버려 주신다고 가져갈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당신이 3개월동안 천천히 버려주겠노라고 하신다.
당분간 두 집살림을 하게 되어서 당신집에서는 할머니가 우리집은 할아버지가 살면서 별거(?)를 하게 되었는데 할머니가 '할렐루야' 했다고 농담을 하신다.
잊지말아야 하는 고마운 분들이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마음의 소원을 주신것이라는 100% 확신이 들기도 전에 우리의 삶의 방향은 시카고로 향하고 있었다.
시카고에서 살게되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우리는 미처 마음과 생각의 정리가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교인들과 벌써 한달을 살았다.
오늘도 창밖에선 하얀눈이 포근하게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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