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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남의 미학
    세상 (Life)/일상 (Happiness) 2010. 3. 5. 13:47

    나는 누가 시켜서 하는건 잘 못한다.

    음식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지 남편이 "000 좀 해줘" 하면 반드시 망치거나 맛이없게 된다. (남편왈)

    게다가 글쓰는 재주는 없는데 여선교회 총회장님이 회지에 낼 글을 써야 한다고 해서 쓰긴 했지만...

    이제 다시는 쓰라는 말 안하시겠지~ㅎㅎ

     

    이곳 디트로이트, 미시간에서 올해 나는 또 다른 반세기를 맞이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세월을 돌아보면서 나의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른 성경구절이 있다.

    “바로가 야곱에게 묻되 네 나이가 얼마냐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짧고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 (출47:8,9)”

    리브가에게서 아버지 이삭이 60세에 얻은 야곱은 형, 에서의 장자권의 축복을 가로채 쫓겨 다니는 신세로 시작하여 그의 마지막은 130세에 잃어버린 줄 알았던 요셉이 살고 있는 애굽으로 건너가 17년을 그곳에서 살다가 열조에게로 돌아갔다. 감히 야곱의 삶을 나의 것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의 지난 50년도 정말 짧고 험악한 세월(?)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님께서 우리부부를 작년 4월 이곳 미시간에 있는 디트로이트한인연합장로교회로 사역지를 옮기셨다. 교회의 많은 분들이 짧게는 10년(최근에 이사 오신 분들은 제외)에서 길게는 40여년을 이곳 미시간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오셨다. 그 중에 한 분이신 조열하장로님 내외분은 이제 6월이면 은퇴를 하시고 자녀들이 사는 캘리포니아로 떠나신다고 한다. 지난 40여년을 이곳 미시간에 사시면서 신실하게 본 교회를 섬기셨고 출타하시지 않는 한 절대로 주일을 한 번도 어기지 않으시면서 이곳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사셨다. 가족의 곁으로 가시기 위해 우리를 떠나가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교회와 그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식구들을 떠나는 것이 마음에 무거운 짐이 되셔서 벌써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해오셨다고 한다. 이렇게 떠나는 것은 그 기간이 짧든, 길든 힘든 일이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칠십오 세였더라 (창12:1-4))”

    그렇게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복을 받을 것으로 여기고 순종하여 떠난 아브라함은 우리 모두의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도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떠났다. 그런데 그 떠나는 일을 너무나 많이 거듭해 왔기에 나 스스로 험악한 세월(?)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린 시절은 접어놓더라도 남편과 결혼 후 25년 동안 서울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천안으로, 천안에서 미국으로 옮겨 다녔고, 미국 내 에서도 캔사스시티 미조리, 프린스톤 뉴저지, 덜햄 노스캐롤라이나 그리고 이제 이곳 디트로이트 미시간에까지 이르렀다. 떠남이 있었기에 만남도 있었고 하나님의 축복도 경험할 수 있었던것이다. 그렇게 옮겨 다니면서 남편의 학업 때문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게 살아왔기에 사실 불평과 원망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야곱에게 험악한 세월은 오히려 하나님의 축복이었고 나의 험악한 세월도 지금 돌아보면 모두 하나님의 큰 축복이었다. 정말 그때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축복이었다. 우리 모든 삶의 여정을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인도 하셨기 때문이었다. 많은 시간을 “하나님! 이렇게 가면 더 좋을 텐데요” “저 방법이 더 유익할 텐데요.” 하면서 의심과 불만으로 하나님의 방법을 대적 한 적도 많았다. 지나온 삶이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생활의 여정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으로 가는 40년 동안 광야에서 생활할 때, 하나님께서는 암탉이 새끼를 품듯이 그들을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이셨고,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셨고, 해어지니 아니하는 신과 낡지 않는 옷으로 입히셨건만, 그들은 애굽에서의 종으로 누리던 작은 기쁨을 아쉬워하면서 종으로 압박당하던 큰 고통은 잊고서 축복의 삶을 살면서도 불평했기에 그들의 삶은 불행했다. 우리의 삶에서도 때로는 만나와 매추라기로 먹이시고, 때로는 햇빛과 비를 주시면서 하나님을 보게 하셨지만 눈앞에 주어진 현실 때문에 하나님의 모습을 못 보고 살았다. 지금도 우리 모두는 아직도 광야에서 떠나야 하는 삶을 살면서 끊임없이 떠남과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고 있다. 그 인생여정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은혜로우심이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가 없었으면 그들은 지금 존재 하지 못할 수 도 있음을 기억하고, 우리도 비록 광야의 삶이 고달프고 힘들지라도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시기를 원하시는 주님께서 주실 영원한 소망을 바라보고,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어디에 있든지 어떤 환경이든지 주신 은혜 감사하면서 정직하고 착한 청지기로 살아야하겠다. 몇 주 전 문성준전도사님께서 아침 성경공부시간에 주신 좋은 말씀으로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날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이 땅에 남아있는 기간 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은사를 처한 곳에서 너무 짜거나 너무 밝지 않게 감사함으로 사용하여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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